역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울고 있던 여자를 봤다. 왜 그리 서럽게 울었을까.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방금 놓친 버스로 인해 본인 일생의 중요한 기회를 놓쳤으려나? 예전에 여동생이 내게 울며 전화했던 기억이 난다. 동생은 본인이 챙기지 못한 과제물의 확인을 내게 부탁하며 울었다. 본인의 실수에 대한 자책과 신경 써야 하는 많은 일에 대한 부담, 그 일들을 잘 해내지 못하는 본인에 대한 실망과 그리고 남에게 그 모습을 보이는 부끄러움. 이러한 복합적인 감정이지 않았을까. 지금 동생은 잘 해내고 있으려나. 이제 곧 9월인데. 잘 해내지 못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응원과 위로를 더해주는 건 나의 일이기도 하지 않을까? 왜 나는 좋은 오빠일 수 없을까.
버스정류장의 여자는 오른손으로는 자신의 안경을 들고 왼손으로는 두 눈을 감싸쥐고 울었다. 고개는 숙이지 않았다. 그래서 8월의 강한 여름 햇살이 그 여자를 오롯이 다 비췄다. 무슨 슬픈 일이 있었길래 그리 서럽게 울었을까. 택시 안에서 나는 그녀를 보았고, 마음에는 작은 연민의 감정이 자리잡았다.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었을까. 지금도 이 세상엔 단 한 명의 위로가 간절히 필요한 다른 한 명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 누군가에게 건네지는 위로의 손길은 따사롭다. 그녀에게도 그런 손길이 필요했을까. 아니면 고독으로 견뎌야 할 고통이었을까. 아니면 그 고독 안에서, 그 슬픔에도 맑게 갠 하늘의 햇살은 그녀를 비추고, 괜찮다, 괜찮아— 라고 다독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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